
수영 후 염소를 씻어내는 샴푸, 샤워 전에 쓰는 두피 스케일러, 향을 남기는 노린스 헤어 마스크가 한 전시회에 나왔다. K-헤어가 ‘윤기 나는 머릿결’이라는 넓은 약속보다 구체적인 생활 장면을 제품명과 사용법에 넣기 시작했다.
2026년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스모뷰티서울은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사가 신제품을 소개하는 산업 전시회다. 전시 현장을 취재한 프리미엄뷰티뉴스는 6월 6일 혁신 제품 10개를 선정하며 헤어·두피 분야에서 서로 다른 세 제품을 소개했다.
첫 사례는 한국 브랜드 수랩(SOOO Lab)의 ‘수 스윔 샴푸’다. 수영을 즐기는 창업자들이 만든 이 제품은 일반 세정이 아니라 모발과 두피에 남은 염소·소금물·경수 잔여물 관리를 앞세웠다.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어워드의 제품 설명은 특허 기술이 잔류 염소를 96% 넘게 중화·제거한다고 밝힌다. 이 수치는 제품 측 설명에 기반하지만, ‘운동 후 씻는다’는 행동을 ‘수영 후 염소를 관리한다’는 별도 구매 이유로 바꿨다는 점은 분명하다.
두피 관리 브랜드 솔렙(Solep)은 웰킨 두피·탈모관리센터의 홈케어 브랜드다. 솔렙의 ‘헤어 루트 아쿠아픽 스칼프 스케일러’는 샤워 전 마른 두피에 바르고, 잠시 마사지한 뒤 물을 더해 거품을 내는 방식이다. 스타일코리안 상품 페이지는 지성·건성·민감성 등 여러 두피 타입이 쓸 수 있는 홈 스케일링 제품으로 소개한다. 샴푸가 세정제라면 스케일러는 두피를 별도로 관리하는 전처리 단계다.
줄라이미(JULYME)는 향과 손상모 관리를 결합했다. ‘퍼퓸 리커버리 버터 헤어 마스크’는 샴푸 뒤 젖은 모발에 바르고 씻어내지 않는 버터 크림 형태다. 우디 머스크, 플로럴 같은 향을 제품군에 나눠 넣어 트리트먼트를 향수에 가까운 취향 상품으로 만든다. 피부 타입을 세분화한 K-스킨케어의 문법이 모발 상태와 생활 취향으로 옮겨온 셈이다.
세 제품은 모두 헤어케어지만 경쟁하는 질문은 다르다. 수랩은 ‘수영 뒤 무엇을 씻어낼 것인가’, 솔렙은 ‘샴푸 전에 두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줄라이미는 ‘손상 관리 뒤 어떤 향과 촉감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다. 하나의 만능 샴푸보다 사용 전후의 장면을 잘게 나누고, 그 장면마다 제품을 배치한다.
이 구조에서는 크리에이터 콘텐츠도 달라진다. 제품을 들고 향이나 질감을 칭찬하는 짧은 리뷰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영장 직후, 샤워 전 두피 관리, 드라이 전 노린스 케어처럼 언제 어떻게 쓰는지가 화면에 보여야 한다. 브랜드가 생활 장면을 좁힐수록 검색어와 영상 소재, 구매 이유는 오히려 선명해진다.
K-헤어의 다음 경쟁은 샴푸 종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운동·두피·향·손상처럼 소비자가 이미 겪는 순간을 얼마나 정확한 루틴으로 번역하느냐에 달렸다. 스킨케어가 토너와 앰풀, 크림을 역할별로 나눴듯 헤어케어도 한 병 바깥에서 새 시장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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