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메코랩·스킨1004·믹순 실무자들은 반복 업무를 줄일 AI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트렌디어AI는 해외 수요 검증을 대화형 서비스로 바꾸고, 스토리카는 크리에이터 검색부터 게시물 확인까지 한 흐름으로 묶었다. K-뷰티의 AI 활용이 소비자용 피부 진단을 넘어 마케팅팀의 일하는 방식으로 들어오고 있다.
8월 31일 카카오벤처스와 K-뷰티 스타트업 6펜스가 연 ‘뷰티 빌드 스프린트’에는 헤메코랩, 스킨1004, 믹순 등 뷰티 기업의 마케터·상품기획자·영업 담당자 약 30명이 참여했다. 기본 교육 40분 뒤 약 4시간 동안 각자의 업무 문제를 해결할 도구를 설계하고 시연했다. 개발 경험보다 현장에서 어디가 막히는지를 아는 사람이 출발점이 된 행사였다.
결과물은 꽤 구체적이었다. 참가자들은 베스트셀러 구조를 읽어 기획안을 제안하는 도구,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대본을 만드는 도구, 경쟁사 광고를 모으는 도구, 소비자 댓글을 분석하는 도구를 구현했다. 인플루언서 영향력 분석과 재고·손익 관리 기능도 나왔다. 범용 챗봇을 켜는 수준이 아니라 입력 자료와 판단 기준, 원하는 출력을 업무별로 다시 설계한 셈이다.
시장 조사 단계에서도 비슷한 이동이 진행 중이다. 뷰티시장 데이터 기업 트렌디어AI는 2월 26일 ‘트렌디어AI 챗’을 공개했다. 세계 30개 이상 시장의 데이터를 토대로 시장 기회, 수요 지속성, 진입 전략을 한 대화 안에서 검토하는 서비스다. 아마존 미국과 세포라 미국의 가격대·카테고리 차이를 비교하고, 소비자 리뷰에서 반복되는 미충족 수요를 찾는 방식이 소개됐다. 제품을 만든 뒤 반응을 기다리기보다 기획 단계에서 가설을 좁히려는 도구다.
크리에이터 마케팅은 섭외 이후의 반복 작업까지 자동화 대상으로 삼았다. AI 크리에이터 마케팅 스타트업 스토리카(Storika)는 8월 20일 오픈베타 플랫폼을 내놨다. 브랜드 담당자가 목표를 입력하면 700만 개 이상 글로벌 크리에이터 프로필과 8,000만 건 이상 게시물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담당자 승인 뒤 연락·협상·배송 추적·게시물 확인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 수치는 회사가 공개한 플랫폼 데이터 규모이므로 실제 성과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세 사례의 공통점은 ‘AI가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떤 업무를 끝까지 맡길 수 있느냐’를 따진다는 데 있다. 리뷰를 모으는 일, 광고를 분류하는 일, 크리에이터에게 연락하고 결과물을 확인하는 일이 하나의 작업 흐름으로 연결돼야 팀의 시간이 줄어든다. 동시에 기준을 잘못 넣으면 틀린 결론도 더 빨리 반복된다.
앞으로 K-뷰티 AI 경쟁은 화려한 소비자 체험보다 브랜드 내부의 실행 속도에서 먼저 벌어질 수 있다. 마케터와 상품기획자가 자신의 판단 기준을 도구에 얼마나 정확히 옮기고, 최종 결과를 검수할 체계를 갖추느냐가 실제 효율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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