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의 한국문화원에 52개 브랜드, 194종의 화장품이 들어섰다. 뉴욕·파리·LA·베이징·상하이에도 상설 체험 공간이 이어진다. K-뷰티의 해외 진열대가 백화점과 팝업을 넘어 문화원으로 넓어지고 있다.
9월 5일 도쿄의 주일한국문화원에 ‘글로벌 K-존’이 문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해외 코리아센터 안에 한국 뷰티·푸드·패션을 상설 전시하는 사업이다. 첫 공간은 10월까지 K-뷰티를 전면에 내세워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를 포함한 52개 브랜드의 미용 상품 194종을 소개한다.
전시 방식은 제품을 진열장에 세워두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은 인공지능(AI) 피부 진단을 받고 립글로스와 화장품 파우치를 직접 만들 수 있다. 화장과 현대발레를 결합한 공연, 한일 학생이 참여하는 메이크업 행사, 뷰티 음료 시음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제품명보다 먼저 사용 장면과 한국의 도시 문화를 경험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도쿄 공간은 명동과 성수를 9월의 배경으로 삼았다. 명동은 대형 브랜드와 플래그십 매장이 모인 쇼핑 지역으로, 성수는 신생 브랜드와 팝업이 빠르게 등장하는 지역으로 풀었다. 10월에는 강남과 북촌으로 주제를 바꿀 예정이다.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화장품만 건네는 대신, 그 제품이 서울의 어느 동네와 소비 장면에서 발견되는지까지 함께 소개하는 셈이다.
이 모델은 올해 안에 여섯 도시로 확장된다. 9월 17일 문을 열 예정인 뉴욕 글로벌 K-존은 무역·투자 지원기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식품 브랜드 샘표의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와 협업해 K-뷰티와 박물관 굿즈, 전통 장 제품을 함께 배치한다. 10월 개관 예정인 파리 공간은 ‘21세기 궁’을 주제로 뷰티·푸드·한글 상품과 발레·요리·한글 체험을 묶는다.
LA는 한지와 현대공예를 중심에 두면서 뷰티·관광·패션 체험을 연결한다. 베이징과 상하이도 10월 이후 문을 열 계획이다. 같은 상품 구성을 여러 나라에 복제하지 않고 도시별 문화 관심과 현지 여건에 맞춰 주제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이 사업을 문화와 산업을 잇는 현지 맞춤형 거점으로 설명한다.
K-뷰티 브랜드에는 새로운 시험대가 생긴다. 리테일러 입점 전에도 문화원을 찾은 방문객이 어떤 체험에 머무는지, 어떤 제품 이야기에 반응하는지 살필 수 있다. 여러 공공기관이 관광·콘텐츠·언어교육·수출 지원을 함께 연결하면, 작은 브랜드도 단독 해외 팝업보다 긴 기간 현지 접점을 만들 여지가 있다. 다만 전시가 실제 구매와 거래로 이어졌는지는 개관 이후 방문·체험·판매 연계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해외문화원은 공연과 전시를 보러 가는 장소에서 한국의 생활방식을 직접 써보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뷰티의 다음 해외 진열대는 매장 하나가 아니라 피부 진단, 만들기, 도시 이야기, 문화행사가 이어지는 상설 경험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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