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 오브 조선·이니스프리·라운드랩의 한국·미국용 선스크린 비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 자외선 차단 성분 허용, 한국콜마·코스메카코리아 계열 제조사의 미국 생산 대응이 한꺼번에 맞물렸다. 미국 진출 선케어는 제품 하나를 번역해 파는 일이 아니라 처방·제조·설명을 두 갈래로 설계하는 사업이 됐다.
2026년 7월 31일 코리아헤럴드는 FDA가 자외선 차단 성분 베모트리지놀(BEMT)을 허용하고 관련 규칙을 8월 9일부터 적용한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 추가된 새 선스크린 성분이라는 점에서 변화 폭은 크다. 다만 한국에서 쓰는 처방을 그대로 미국에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선스크린을 화장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으로 관리하며, BEMT 외에 한국 처방에 함께 쓰이는 일부 차세대 필터는 여전히 허용 목록 밖에 있다.
브랜드가 이미 감당하고 있는 처방 차이는 제품 시험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매체 WTOP는 7월 16일 컨슈머리포트 시험을 인용해 뷰티 오브 조선(Beauty of Joseon), 이니스프리(Innisfree), 라운드랩(Round Lab)의 한국용 제품과 FDA 허용 성분으로 만든 미국용 제품을 비교했다고 전했다. 시험에서는 세 브랜드 모두 한국용 처방이 자외선 A·B 차단에서 더 높은 결과를 냈다. 사용감 평가단은 두 처방 사이의 촉감 차이가 예상보다 작았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모든 제품의 우열을 확정하는 순위가 아니라, 같은 브랜드가 시장별로 다른 성능·성분 조합을 운영한다는 사례다.
미국 공식 판매 페이지도 현지화가 제품 단위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이니스프리는 미국 사이트에서 ‘Daily UV Defense Sunscreen Broad Spectrum SPF 50+’를, 라운드랩은 ‘Birch Moisturizing Sunscreen UVLock SPF 45+ Broad Spectrum’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알고 있는 제품명이나 SPF 표기만 옮긴 것이 아니라 미국의 표시·성분 체계에 맞춘 별도 상품으로 구성한 셈이다.
제조사 움직임은 이중 처방이 일시적 대응이 아님을 말해준다. 코리아헤럴드는 한국콜마가 BEMT 연구개발과 미국 내 두 번째 스킨케어·선케어 공장을 미국 일반의약품 제조 체계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메카코리아의 미국 법인 잉글우드랩도 7월 미국 뷰티 전시회에서 BEMT 기반 선케어 처방을 공개했다. 브랜드가 국내 처방을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안에서 개발·생산·규제 대응을 묶는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마케팅 과제도 달라진다. 크리에이터가 한국판의 가벼운 질감만 강조하면 미국 소비자가 매장에서 만나는 제품과 경험이 어긋날 수 있다. 브랜드는 국가별 성분과 SPF 표시, 사용감 차이를 숨기기보다 같은 이름 아래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해야 한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선크림’이라는 한 문장보다 미국용 처방의 이유와 장점을 분명히 말하는 콘텐츠가 구매 뒤 실망을 줄인다.
BEMT 허용은 미국 시장의 문을 넓혔지만 단일 처방의 시대를 바로 열지는 못했다. 당분간 K-뷰티 선케어 경쟁은 한국 처방의 명성을 누가 크게 외치느냐보다, 시장별 처방과 생산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고 그 차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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