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브영의 산리오캐릭터즈 캠페인에는 81개 브랜드와 321종 제품이 들어간다. 올해 초 ‘망그러진 곰’ 협업은 21개 브랜드와 119종 제품을 한데 묶었다. 캐릭터 협업의 주체가 개별 화장품 브랜드에서 유통 플랫폼으로 커지면서, K-뷰티의 한정판 기획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헬스앤뷰티 유통사 CJ올리브영은 2026년 8월 24일 글로벌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인 산리오캐릭터즈와 ‘올리브영 시티 로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캠페인은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올리브영은 헬로키티 등 산리오 캐릭터가 한국의 도시와 생활문화를 즐기는 비주얼을 직접 만들고, 강릉·부산·서울·전주·우도 등 12개 지역의 음식과 이미지를 제품·매장·포토존에 적용했다.
규모는 화장품 한두 종을 꾸미는 수준을 벗어났다. 81개 브랜드가 321종 제품을 내고, 뷰티뿐 아니라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참여한다. 판매처도 국내 매장에 그치지 않는다. 올리브영 글로벌몰 전 권역과 미국 온·오프라인 매장까지 캠페인 제품을 배치한다. 하나의 캐릭터 자산이 상품 패키지, 매장 방문, 지역 관광, 해외 판매를 잇는 공통 언어가 된 셈이다.
이 구조의 핵심은 플랫폼이 지식재산권 계약과 캠페인 자산을 먼저 마련한다는 데 있다. 올리브영은 이번 산리오 협업의 라이선스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고 밝혔다. 개별 중소 브랜드가 캐릭터 권리 협상과 디자인, 매장 행사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공동 캠페인에 들어갈 수 있다. 캐릭터가 광고 소재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브랜드가 함께 쓰는 마케팅 기반으로 바뀐 것이다.
올리브영은 1월에도 국내 창작자 유랑의 캐릭터 ‘망그러진 곰’으로 같은 운영 방식을 시험했다. 2026년 1월 27일 공개된 캠페인은 21개 브랜드와 119종 제품을 묶고, 홍대 팝업과 한정 굿즈, 웹툰 콘텐츠, 온라인 참여 이벤트를 연결했다. 제품 패키지만 바꾼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이야기를 매장과 콘텐츠까지 이어 붙였다. 산리오 캠페인은 이 틀을 81개 브랜드와 12개 지역, 미국 판매 채널로 확대한 후속편에 가깝다.
다른 뷰티 플랫폼과 브랜드도 캐릭터 팬덤을 오프라인 경험에 붙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AJU Press가 2026년 6월 15일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무신사의 젊은 뷰티 브랜드 위츠(WITZ)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공식 캐릭터 ‘뿔바투’와 성수 팝업을 열고 스탬프 투어와 추첨, 한정 굿즈를 운영했다. 한국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도 IPX와 가수 지드래곤이 함께 만든 캐릭터 ‘ZO&FRIENDS’를 기기에 적용했다. 캐릭터는 색조 제품, 스킨케어, 뷰티 기기, 매장 이벤트를 넘나드는 구매 입구가 됐다.
올리브영이 공개한 지난해 실적도 이번 확대의 배경을 설명한다. 2025년 산리오 ‘태닝 에디션’ 참여 브랜드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늘었고, 팝업에는 3주 동안 3만3천 명이 방문했다. 당시 15~29세 회원의 33%가 협업 상품을 구매했다는 것이 올리브영의 집계다. 회사 발표 수치인 만큼 업계 전체 성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32개 브랜드·200여 종이던 협업이 올해 81개 브랜드·321종으로 커진 이유는 분명해진다.
앞으로 K-뷰티 캐릭터 협업의 경쟁력은 인기 캐릭터를 먼저 고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리 계약, 공용 디자인, 참여 브랜드 모집, 매장 체험, 온라인 콘텐츠, 해외 판매를 한 번에 조율하는 운영력이 성패를 가른다. 올리브영의 산리오 캠페인은 캐릭터 IP가 개별 브랜드의 장식이 아니라, 여러 K-뷰티 브랜드가 함께 올라타는 공동 마케팅 인프라가 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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