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료와 제조만 챙기던 K-뷰티 창업 현장에 패키징, 재고, 마케팅, 유통, 법무·인허가 전문가가 함께 들어왔다. 제품을 만든 뒤 해외 판매를 고민하는 순서보다, 처음부터 수출에 필요한 조건을 묶어 설계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9월 2일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열린 ‘K-뷰티 B2B 프라이빗 엑스포’에는 화장품 밸류체인 기업 11곳과 분야별 전문가 5명이 모였다. 뷰티 기업 간 연결과 마케팅 서비스를 하는 슬록이 네 번째로 연 행사다. 원료 회사와 제조사만이 아니라 패키징, 재고 처리, 데이터 마케팅, 북미 유통, 노무·특허·세무·법무·인허가 담당자가 같은 자리에서 상담했다.
첫 단계는 제품의 물성이다. 식물 유래 고흡수성 소재를 개발하는 EF폴리머가 원료 영역을 맡았고, 소폼·쎙코·유니자르·피코스텍은 입욕제, 향수, 파우더, 고기능성 제형 등 서로 다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역량을 소개했다. 브랜드가 유행 성분 하나를 고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제형과 생산 방식에 맞는 파트너를 초기에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용기는 그다음 문제가 아니라 제품 설계의 일부가 됐다. 화장품 패키징 업체 럭스팩코리아와 분리형 에어리스 용기를 다루는 신일피비씨가 행사에 참가했다. 해외 판매에서는 내용물 보호, 사용 편의, 운송 효율, 현지 포장 규정을 함께 따져야 한다. 판매 직전에 용기를 바꾸면 금형과 납기, 표시 사항까지 다시 손볼 수 있어 초기 기획의 비용이 커진다.
판매 이후의 문제도 행사 안으로 들어왔다. 리본코리아는 화장품 부진 재고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재활용하는 플랫폼 ‘업클(UPCLE)’을 운영한다. 수요를 잘못 읽으면 할인과 폐기 비용이 브랜드에 남는다. 생산량과 캠페인 일정을 따로 짜지 않고, 실제 판매 속도를 다음 발주에 반영하는 운영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마케팅과 유통은 마지막 홍보 단계가 아니라 시장 선택 단계에 가깝다.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 회사 베일업과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북미 유통을 연결하는 아르바임이 참가했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소비자 반응을 만들지 정해야 제품 설명, 크리에이터 콘텐츠, 광고 집행, 재고 위치를 한 흐름으로 맞출 수 있다. 인플루언서 협업도 제품 출시 뒤 조회수를 사는 일이 아니라, 어느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지 검증하는 과정으로 옮겨간다.
노무·특허·세무·법무·인허가 전문가 5명이 별도 세션을 맡은 점도 눈에 띈다. 상표와 계약, 현지 등록, 세금 문제는 매출이 커진 다음에 정리하기 어렵다. 제조와 마케팅이 빨라질수록 계약과 규제 검토는 더 앞단으로 당겨져야 한다.
K-뷰티 수출의 출발선은 완제품이 나온 날이 아니다. 원료와 제형, 용기, 규제, 수요 검증, 유통, 재고 회수까지 한 장의 계획으로 연결한 시점에 가깝다. 앞으로 작은 브랜드의 경쟁력은 광고 규모보다 이 여러 단계를 얼마나 일찍 묶고, 시장 반응에 맞춰 빠르게 고치는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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